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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는 잡지에 내 글이 실리는 기쁨

조왕래 2017. 12. 7. 12:38

    

브라보 마이라이프라는 5070세대를 겨냥한 시니어매거진이 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된 우리나라 시니어 잡지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다. 공공기관이나 도서관, 은행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대부분 비취 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잡지다. 시니어들을 고객으로 무슨 사업을 하든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잘 팔리는 물건도 노인용품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순간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겨오는 것처럼 기겁을 하고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잡지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시니어를 겨냥했다는 홍보문구를 달고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탄탄한 집필진과 호감이가는 인물들을 상대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돌직구 질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잡지사에서 생생한 시니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편집방향에 편승하여 동년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50명을 선발하였고 나도 거기에 선발되었다. 매달 주제를 내걸고 원고를 공개모집하였는데 이번 달에는 시니어들의 취미를 주제로 다루었다. 나는 바둑을 취미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바둑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두뇌전쟁으로 치매도 예방하고 여가도 즐기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바둑은 보편화된 역사가 있는 취미기 때문에 대부분의 바둑판에 훈수들 듯 누구나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역이다. 여러 사람이 응모 하였을 텐데 운이 좋아 내 글이 채택 되었다.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바둑기사는 상금이 걸린 대회에 출전하니까 돈이 생긴다. 하지만 아마추어 바둑기사는 순수하게 취미로 둔다. 시니어일수록 몇 가지의 취미가 있어야 인생이 풍요롭다. 돈이들지 않는 두뇌스포츠로 바둑을 좋은 취미로 적극 추천 한다. 

    

바둑을 두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두 가지를 원고에 담았다. 첫째는 육군일병시절에 하늘같은 육군 중령인 대대장님하고 여러 번이나 대국을 한 것이다. 대대장님이 막사로 나를 찾아오면 상급 사병은 물론이고 위관급 장교들도 대대장이 나를 만나러 찾아오니 바짝 긴장을 했다. 다른 하나는 직장에 다닐 때였다. 사업소 말단사원이 사업소장과 바둑을 두었다. 사업소장님은 승부욕이 매우강해 지며는 못사는 성격이었다. 당신의 판세가 불리하면 바둑돌을 놓는척하면서 소매 끝으로 바둑돌을 슬쩍 밀어 위치변경을 했다. 죽은 말이 살아나고 산 말이 죽었다. 나이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워낙 대선배여서 항의를 제대로 못했다. 바둑돌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침 한번 꿀꺽 삼키고 평정심을 찾았다. ‘바둑돌 죽지 사람 죽나!.’ ‘불리하지만 역전을 해보자하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죽었던 말을 살려냈다. 바둑을 이겼다고 방심하다가 역전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둑과 인생은 비슷하다. 인생의 경우도 잘나갈 때 특히 조심해야 하고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인가 기회는 다시 온다는 점을 강조해서 글을 썼다.  

    

아내를 포함한 식구들에게 내 글이 실린 잡지를 보여주었다. 박수를 쳐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 준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아내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가 제일 기쁘다. 판매되는 잡지에 내 글이 실리는 기쁨은 해 본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안다. 받은 원고료로 삼겹살 파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