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직장의 힘을 새삼 느낀다. 과거 좋은(?) 직장에 다닐 때는 직장에서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직원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직원복지의 일환으로 직원의 건강검진을 매년 실시하면서 기본적인 검사만 하는 건강보험공단의 검진 항목 외에 추가로 회사가 검사비를 지불하면서 좀 더 세밀한 건강검진을 했다.
건강검진 할 좋은 병원을 총무부에서 물색한다. 검진병원 입장에서도 단체고객을 잡는 효과도 있으니 홍보도 되고 박리다매라고 좀 할인을 해줘도 남는 장사였다. 회사 총무부는 여기저기 병원에서 견적서를 받아보고 배부른 장사를 했다. 병원과 검진할 날짜를 정하면 병원의 이동검진 차량이 직접 찾아왔다. 그 후 검진항목이 늘어나고 검사징비도 고급화, 대형화되면서 회사로 찾아오는 이동검진차량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회사원들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갔다. 물론 근무시간을 할애했으니 직원들의 불평불만은 없다. 기억으로는 50여 가지의 정밀검사를 한 것 같다.
퇴직하고 새롭게 입사한 직장은 소규모 직장이다 보니 법에 정한 태두리 내에서만 복지정책을 하고 있다. 검진병원과의 협상도 머리쪽수가 협상력인데 숫자가 적다보니 힘이 없다. 건강검진도 건강보험공단의 검진항목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
오늘이 건강검진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갔지만 전 국민이 건강진단을 받다보니 매일 건강진단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건강진단 대기실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서 겨우 오늘이 예약되었으니 어제도 사람이 많았고 내일도 많을 것이다. 건강검진센터는 건강진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생활지침도 곳곳에 붙여놓고 교육 자료로 삼는다.
올해 내가 받는 건강보험공단의 검진항목은 생의 전환기 검사라 하여 위 내시경이 포함되어있다. 내시경 검사비가 공짜지만 입안으로 들어가는 내시경 호스가 너무 고통스러워 수면내시경을 하겠다고 하면 검사료 35,440원에서 비급여감면액 3,540원을 공제한 31,9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편한 검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옆자리에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수면내시경을 했는데 회사에서 검사료를 부담해주어 공짜로 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대장내시경까지 무료로 함께 했다는데 한마디로 부럽다. 직장의 힘을 느꼈다. 어떤 직장에서는 본인의 검사료는 말 할 것도 없고 부모님 건강진단비 까지 대납해주는 곳도 많은 모양이다. 기업의 이윤의 일부를 직원복지에 쓴다는데 탓할 생각은 없고 부러울 뿐이다.
소규모 직장에 다니는 나도 알고 보면 직장 다니는 혜택을 참 많이 본다. 건강검진만 해도 비사무직이어서 보통사람 2년에 1회 받는 검강검진을 매년 받으니 이 또한 직장의 혜택이다. 개인의 건강을 위한 건강검진에 외출도 허락해주니 따지고 보면 돈을 받으면서 건강검진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세계최고라고 한다.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애완견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면 간단한 수술도 몇 십 만원이 든다고 하니 의료보험제도의 위력을 알만하다. 우리부모세대는 아프지 않는 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니 어느 정도 아프면 참았다. 모두가 돈 때문이다. 예방검진은 아예 생각도 못했으니 병을 다 키워서야 병원을 갔다. 병원의사의 첫마디가 ‘왜 이제 오셨어요?’로 시작될 정도였다. 우리는 좋은 시대에 산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더 많은 혜택을 입고 있다는 고마움을 자각하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