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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의 하이라이트는 예선전이다

조왕래 2017. 12. 7. 12:31

    

                                             (사진:청도공영사업공사 제공)

세상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불구경과 싸움구경을 든다. 싸움은 생존의 기본이므로 동물이면 다 한다. 사람도 싸우고. 들판의 야생동물들도 싸우고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도 서로 싸운다. 싸움은 큰놈이 해야 보는 재미가 있다. 씨름판도 무제한급의 천하장사전이 볼만하다. 권투도 헤비급에 관중들이 더 몰린다. 덩치가 크지만 코끼리나 고래의 싸움은 현실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짐승의 싸움 중 덩치가 크지만 다이나믹한 싸움을 하면서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싸움이 소싸움이다.

    

소싸움의 대표적 고장은 경북 청도다. 청도에는 청도공영사업공사'라는 소싸움장이 있다. 삶에 지치고 인생에 허기를 느낄 때 청도 소싸움장을 자주 찾았다. 싸우는 소들을 보면서 고함을 지르고 박수를 치면 속까지 다 시원했다. 몸무게 1톤에 가까운 거대한 소들이 자기들끼리는 아무런 싸울 이유가 없지만 주인의 명예와 구경군의 재미를 위해 싸운다. 상금이 걸려있으니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다. 누구나 싸움에 이기려면 힘, 기술, 무기가 있어야 한다. 소싸움에서 소가 쓰는 무기는 뿔을 날카롭게 깎아서 상대에게 뿔 치기를 할 때 치명타를 가하는 뿔이다. 기술은 목 감아 치기 등 몇 가지 있다고 하는데 정말 소가 그 기술을 잘 알고 행사하는 지는 의문이다. 소의 짧은 다리로 다리걸기도 불가능하고 상대의 들어오는 힘을 방향을 바꾸어 역이용하는 되치기 기술은 육중한 소로서는 할 수 없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승리의 주된 무기는 힘이다. 힘은 기본적으로 덩치에서 나온다. 공정한 시합을 위해 몸무게로 체급을 구분하기 때문에 덩치도 승패의 영향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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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덩치라면 폭발력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뒤로 물러나지 않고 떡 버틸 수 있는 기둥 같은 다리 힘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 목으로 감아 칠 때 목에서 나오는 힘과 머리로 들이 받을 때 버티는 머리 힘이 필요하다. 불과 몇 분의 싸움을 위해 싸움소는 힘을 기른다. 주인과 함께 긴 시간 타이어를 끌고 산천을 뛰어다니며 다리 힘을 기른다. 싸움소와 주인은 한 몸과 같이 교감을 한다. 자신의 몸보다 소를 더 아끼는 주인의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소에게 미꾸라지도 먹이고 인삼도 먹인다.

    

소싸움은 참 신사적인 싸움이다. 싸우다가 힘이 부족해서 도망을 가거나 돌아서면 싸움은 끝이고 승자와 패자가 구분된다. 사람이 싸우는 권투는 다운이 되어도 다시 일어나서 싸운다. 닭싸움은 한쪽이 죽어야 한다. 개싸움 또한 잔인함의 극치다. 한쪽이 거의 죽어야 한다. 심지어 사람이 하는 격투기도 넘어진 사람을 짓밟고 피투성이로 싸운다. 소싸움처럼 신사적인 싸움이 어린 시절 동네 꼬마들의 싸움이다.싸우다가 울거나 코피가 나면 끝이었다. 원수도 아닌데 잔인함의 극치로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까지는  없는데도 패자의 고통을 관중들이 즐긴다.   

    

싸움소는 자신의 대진표를 모른다. 몇 번 싸워 이겨야 결승에 도달하는지도 모른다. 오직 주인이 붙여주는 지금의 상대와 최선을 다해 싸울 뿐이다. 다음싸움을 위해 힘을 비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소싸움의 하이라이트는 예선전이요 첫째 판이다. 지금까지 훈련으로 비축한 힘과 기량을 첫판에서 뿜어낸다. 천둥소리를 내는 머리박치기와 상대소를 4~5m를 족히 밀어버리는 목에서 나오는 힘은 예선전에서 자주 나온다. 모르는 사람들은 결승전이 하이라이트라고 결승전을 기대하지만 이미 지쳐있는 소들은 머리를 맞대고 있을 뿐이다. 술수를 모르고 오직 최선을 다해 예선전부터 모든 힘을 발산하며 싸우는 소싸움이야 말로 동물의 본능의 본능을 보는 것이다. 예선전 부터 술수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소들을 보면서 최선이라는 단어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