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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도대체 뭐예요

조왕래 2017. 12. 7. 11:31

    

 

서울 강동구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강동선사문화축제의 한 테마로 소망이룸터라는 아담한 간이 축조건물을 만들고 누구나 자기의 소망을 적어서 매달도록 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런 소망행사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많이 있어서 다들 이해하고 기꺼이 참여한다. 하느님이 바쁘시지만 이런 큰 행사에 내가 적은 소망을 보시고 혹 들어 주실지 모른다는 꿈의 행사요 즐거움의 행사다.

 

    

 

강동구에서 예년에는 소망의 나무라 하여 종이에다가 적은 후 나무에다 직접 매다는 퍼포먼스였는데 나무가 높아 매달기도 어렵고 비나 바람에 찢어지기도 하고 일주일이 못가 바람에 날려서 길거리를 오히려 더럽히고 매달려 있는 종이도 금방 보기 싫은 흉뮬로 변했다. 올해는  소망의 집이라는 가 건축물을 만들어 바람에도 끄떡없고 규모도 커서 희망하는 여러사람이 넉넉하게 붙일 수 있도록 진일보했다. 게다가 소망종이도 그림을 넣어 인쇄하여 모양도 산뜻하고 두껍고 충분한 양이 준비되어있다. 형형색색의 필기도구도 잘 정돈되어있고 봉사자가 연신 부족함이 없는지 보살펴주고 있다.

    

나도 소망을 기원 해 봐야지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진짜 바라는 소망은 뭘로 적을까하고 펜을 들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막연하게 남북통일을 기원해 볼까! 아니면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남북 간의 경제협력의 물꼬를 터 달라고 기원해 볼까 하다가 이 정도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정도가 걱정할 문제고 나의 소망으로 쓰기에는 너무 거창하여 어울리지 않는다. 잠시 생각을 접고 남들은 뭘 기원했을까 하고 들었던 펜을 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초등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엄마와 강아지가 건강하게 해주고 장난감을 갖게 해달라는 소망이다. 아마 아버지는 건강하신 모양이다. 남자 애인이 다른 여자를 못 사귀게 하기위해 000여친 안 생기게 해달라는 기원도 있다. 나는 싱긋 웃음이 나왔지만 당사자로서는 소망중의 큰 소망일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오래 살게 해주고 강아지도 키우게 해달라는 TO시은이라는 중학생정도로 추정되는 학생의 소망이나 5학년 때도 영은이랑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망은 작지만 그 나이에는 절실한 소망이다. 남자친구 또는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의외로 많다. 필적으로 보아 결혼 적령기의 성인의 글은 아닌 것 같고 사춘기에 접어든 고등학생 정도의 글로 이해된다. 우리가 사춘기 때는 마음속으로만 염원했지 감히 입 밖에 내기가 쑥스러운 말인데 요즘은 표현이 대담하고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강아지나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소망이 많다. 내 딸도 중학생 때 강아지를 한 마리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새롭다. 어른들의 필적으로 갈수록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해주고 자식들 돈 많이 벌고 사업 잘 되도록 해달라는 다소 포괄적이고 막연한 소망이 많다. 나도 그냥 평범하게 집안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자식들 하고자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리게 해달라고 적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웃음도 나오고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살기가 아주 급급해 있다면 부자 되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가족 중 누가 덜컥 큰 병이라도 걸려있다면 건강을 기원했을 것이다. 직장에 다닌다면 진급 하게 해 달라고 빌었을 테고 사업을 한다면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그런데 금방 생각이 안 날만큼 당장 아쉬운 것이 없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사람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웃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