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30도 중반을 넘어서고 열대야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덥다고 에어콘 바람만 계속 맞으면 냉방병 등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다. 그렇다고 땡볕의 야외 활동은 열사병도 겁이 나지만 연신 흐르는 땀방울에 짜증이 난다. 이럴때 집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햇볕을 피해 숲길을 걷는 것이 최고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그늘이 멋진 숲길이 있다. 흙길에다가 경사도가 완만한 고덕산 숲길이다. 산이기에 바람은 언제나 있어 시원하다. 고덕산(高德山)은 해발 100m가 되지 않으니 산이라고 부르기도 다소 민망하다. 하지만 이 산의 아름다운 야사(野史)를 알게 되면 더 정감이 간다.
고덕산은 야산이고 이름도 없는 얕은 산에 불과했다고 한다. 고려의 절의충신(節義忠信) 석탄 이양중(李養中)공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되자 관직을 버리고 야인으로 이곳 산자락에 서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공의 고매한 인격과 덕성을 보고 인근 사람들이 그를 고덕(高德)이라고 부르고 산 이름을 고덕산 이라고 명명하였다. 공에게 조선 개국 시 한성판윤(지금의 서울시장)이라는 벼슬이 내려졌지만 고려의 신하임을 자처하며 벼슬을 거절하였다고 한다.
고덕산은 강동구 고덕동에 있으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산이다. 그린벨트여서 이 지역에 산소를 공급하는 생명의 산이다. 산의 한쪽 허리를 내줘서 88도로가 지나가며 이 도로는 중부고속도로의 진입로 역할을 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한강다리인 구리암사대교도 고덕산 자락을 의지하고 있다. 산자락 한곳에 서울시민이 먹는 식수원인 암수취수장, 정수장을 품고 있다. 산의 중심부로 서울 둘레길이 지나가도록 가슴을 풀어 헤쳤다. 풀어헤친 가슴 곳곳에 배드민턴장이 있고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시민들의 체력단련장 구실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산의 정기가 뻩친 끝부분에 고덕시영아파트 2500세대가 재개발되어 내년 1월이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덕산은 덩치는 작지만 서울 어느 산보다 하는 역할은 많다.
(사진설명: 정수장의 보안을 위해 2중철망과 cctv가 설치되어있다)
(사진설명: 서울둘레길이 고덕산을 관통한다)
고덕산에 올라 옆으로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흐르는 물의 출렁임 따라 햇볕에 반사되는 반짝임은 보석 같다. 저 물은 언젠가는 하늘나라로 증발되어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다시 내려 이 강을 또 지나갈 것이다. 지금의 혹서도 머지않아 저 강물처럼 지나갈 것이고 춥다추워하는 겨울이 올 것이고 또 여름이 올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온다.
(산을 이용하여 이런저런 활동도 많다)
태양이 쨍쨍 내리쬘 때 숲길을 걷는 것은 나무가 뿜어주는 산소를 마신다. 산은 경사가 있어 바람을 만드는 공장이다. 숨차게 빨라 걸을 필요도 없다. 나무들을 세어보기도 하고 산새소리도 들어본다. 집에서 선풍기만 끼고 돌다가 훅 털고 나오길 참 잘했다.
(사진설명: 시영아파트 2500세대가 재개발되어 입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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