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잠을 자느라 테니스 운동 약속시간이 늦게 생겼다.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 자동차 시동을 걸어 10km 거리의 테니스장으로 출발했다. 바쁘면 꼭 길이 막힌다. 마음이 조급하여 좁은 갓길을 빠져나오는데 ‘빡’하는 소리와 함께 우측 백미러의 유리가 어딘가에 부딪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판의 돌출 쇠붙이를 미쳐보지 못하고 꺽은 것이 사고의 원인인 것 같다. 공사판 자재를 길옆에 삐죽 튀어나오게 쌓아놓은 공사업체의 잘못도 있지만 공사판을 조심하지 않고 바쁘게 운전한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한술 더 떠 백미러 유리파손이라는 경미한 교통사고로 끝이 났으니 망정이지 사람을 치이거나 자동차의 옆면을 긁어버리는 대형사고가 생겼다면 더 큰일이었다. 그날 이후 아무런 사고가 없었고 그것으로 액땜을 한 것으로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두 가지로 서로 다른 생각을 사람들은 한다. 한쪽은 불길한 징조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그날 사고 이후의 할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사무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위험한 일 자체를 아예 접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쪽은 지금 일어난 사고로 액땜을 다 했으니 더욱 열심히 일을 해도 더 이상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긍정적 마음을 갖는 사람이다. 나는 모든 사고를 후자 쪽으로 생각하는 액땜에 무게를 더 둔다. 물론 조심은 하지만 이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또 사고가 날 것이라고 불안해 하는 것보다 액땜을 했다고 믿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내는 사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 사람이다. 우리 동네 점포 하나가 대대적인 수리작업을 하다가 2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인부 한사람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주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근 일 년을 공사중지 상태로 방치해 두었다. 그 뒤 어떻게 잘 해결되었는지 공사가 재개되어 번듯한 점포가 두 개나 생겼다. 하나는 음식점이요 또 하나는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그 가게의 태동 과정을 잘 아는 아내는 물건 사러 그 가게에는 가지 않는다. 내가 사람 사는 집치고 사람 안 죽은 집이 없다는 옛날 고사를 설명하고 가까운 곳을 이용하라고 달래 봐도 꿈쩍하지 않는다. 지금도 먼 거리의 마트에 갈뿐 가까운 사고가 난 가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출근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여차량을 보고도 찜찜해 한다. 차도에서 누군가의 차에 치어죽은 뱀이나 고양이들을 보는 날에는 운전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생과 사는 피할 수 없는 생명 있는 것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로드 킬을 봤어도 담담하게 오늘 더 나쁜 것을 볼지도 몰랐는데 이것으로 액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는 늘 위험성이 존재한다. 직원들에게 뭔가 불길하고 찜찜하면 현장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하루 현장 일을 하지 않고 내부 행정업무를 보거나 쉬게 하면 그만이다. 사고가 나는 것보다 안하고 사고가 안 나는 것이 백번 낫다. 불길하다는 두려움을 인고 일하면 행동이 뻘쭘해 지면서 반드시 사고가 일어 난다.
미물인 들쥐도 지진이 일어나려고 하면 낌새를 알아차리고 숨는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새들도 둥지로 날아 든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고를 예측하는 본능적인 감각은 더 발달되어있다. 일하기가 찜찜하다거나 하기 실어진다면 하지 말라는 것이 내 평소 신념이다. 하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하게하면 능률도 안 오르고 설상가상으로 사고로 직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조그만 사고를 어쩔 수 없이 당하거나 목격하면 이를 액땜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두려움이 없어지고 일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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