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농산물 팔아주기 헤프닝

조왕래 2016. 2. 22. 14:38

 

내가 운동하는 테니스 동호회 회원 한분이 설대목전에 곶감을 판다고 동호회 카톡방에 내용을 올렸습니다. 아파트 주민 중 한분이 고향에서 부모님이 곶감 농사를 지었는데 판로가 마땅치 않아 안면이 있는 아파트 주민에게 팔아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입니다. 먹어보니 가격대비 맛도 좋아 자신 있게 테니스 동호회원들에게 사달라고 카톡에 올린 것입니다. 중간 상인이 없으니 동호회원들은 값싸게 구입해서 좋고 생산자는 제값 받고 다량으로 팔아서 좋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형국입니다.

    

몇 사람이 주문을 했습니다. 도착한 실물을 먹어본 회원들이 가격대비 크기도 작지 않고 맛도 좋다고 자신 있게 만족의 후기를 카톡에 올리는 바람에 너도 나도 사 달라는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다행히 생산자가 물량이 충분하여 2차 구매가 이루어졌습니다.

    

며칠 지나 택배로 물건이 부쳐왔습니다. 배달되어 온 물건은 크기도 작아 1차 주문 때는 한 박스에 100개들이라면 이제는 130개나 들어있습니다. 크기는 그렇다 치고 곶감위에 검은 곰팡이도 군데군데 피어 있습니다. 1차 구입 때보다 확실히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 다량 들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 구매하다보니 그냥 먹자는 사람도 있고 같은 가격에 왜 저번보다 나쁜 물건을 받아야하느냐고 볼멘 소리하는 회원도 있습니다.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소개비 한 푼도 먹지 못하고 물건을 소개하고 구매 의뢰해준 중간에 끼어있는 동호회원입니다. 그도 실제 생산자는 모르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생산자의 아들만 알기에 아들에게 내 얼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이럴 수가 있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일부러 동호회원들 들으라는 뜻도 있습니다.

    

사실 생산자 아들도 뭘 모르고 아버지가 한 일이니 당하기만 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께 물어보고 답을 주겠습니다.’ 

잠시 뒤 곶감생산자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먼저 번 것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는 답을 아버지로부터 들은 모양입니다. 전량 회수하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택배비만 고스란히 왕복으로 날리게 됐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입니다

    

이제는 농촌출신 회원들이 웅성웅성합니다. ‘복불복으로 생각하고 그냥 먹읍시다. 이렇게 반품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작은 대신 개수가 많고 까짓 곰팡이 몇 개 핀 것 버리면 되지 다 곰팡이가 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금방 역공이 들어옵니다. ‘아니 질이 떨어진 것을 생산자가 시인했으니 값을 깎아야지 물건이 나쁘다고 말하며 돈은 다 받는 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결국 반품을 희망하는 사람은 반품하기로 하고 그냥 먹겠다는 사람은 그냥 먹는 것으로 종결되었습니다.

    

나도 처갓집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여름철 홍수 출하될 때 내가 많이 팔아줍니다. 운반 중 불량제품을 폐기처분하고 질 낮은 제품은 가격을 깎아 주는 등 전권을 행사하고 결과만 처갓집에 보고합니다. 하나하나 생산자 의견을 물어서 결정하다가는 고객을 다 놓칩니다

    

물건의 질이 떨어지면 값을 낮추어주거나 우수리로 개수를 더 주는 방법이 옳습니다. 생산자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판매를 맡겼으면 제품의 질이 먼저 번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아버지는 말해야 하며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격의 차등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럴까 저럴까 아버지인 생산자에게 물어보고 우물쭈물 하는 순간 신뢰를 일어버리고 다시는 물건을 팔기 어렵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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