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만들어집니다. 오랜 세월동안 이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필요에 의해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지금의 시니어들은 어렸을 적 우리의 어머니나 할머니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무서운 귀신이야기는 겨울밤 화장실에 가기도 겁이 났던 추억들이 다 있을 것입니다.
옛날이야기는 호랑이 담배피우는 이야기처럼 허무맹랑한 거짓이더라도 곱씹어보면 이야기 속에 교훈과 해학이 있습니다. 모험과 기적이 일어나고 현실에서 다룰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로 이이들에게 꿈을 심어줍니다. 권선징악을 다룬 이야기가 대부분이여서 나쁜 짓하면 벌을 받고 착한 일을 하면 언젠가는 복을 받는 다는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법이나 제도가 훨씬 적은 옛날에 지금보다 범죄가 적고 효심이 깊었던 이유는 어릴 적 종교처럼 들어왔던 이야기가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행운이나 남의 도움으로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열심히 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힘을 길러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슬기와 재치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박수치고 환호함으로써 가슴 뻥 뚫리는 쾌감을 맛봅니다. 풍자와 해학으로 지배계급을 골려주는 모습에서 억눌리고 답답한 삶에 한바탕 소낙비 같은 청량감을 느낍니다. 웃을 일 없는데 옛날이야기로나마 한바탕 웃을 수 있다면 그래서 반짝 순간이지만 시름이 달래진다면 이야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 한 것입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자, 손녀 어린세대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도 따로 살고 어머니도 맞벌이부부로 일선에 나가야 하는 현실입니다. 구연동화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구연동화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듣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예전 집집마다 할머니나 어머니 무릎에 앉아서 듣던 때만큼 기회빈도가 적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경쟁시대에 내몰린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느긋하고 마음 편하게 들을 여유가 없습니다. 공부에 치이고 게임에 빠지면서 영악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는 그림 속에 왕자님이나 호랑이처럼 아무런 감흥이 없을까 두렵습니다. 마음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못하고 수학공식 음미하듯 분석하려고 하거나 옛날이야기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진실게임에만 매몰될까 걱정입니다.
옛날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므로 기록물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구전으로 전해오기 때문에 내용도 조금씩 다릅니다. 입으로 전해오는 이런 이야기들이 다음세대에 전해지지 않고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옛날이야기를 집대성해서 기록으로 만들어 두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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