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점심때 백화점 지하식당에서 샤브샤브 요리를 먹었습니다. 시간대가 한창 붐비는 점심시간이라는 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꽉 차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여러명 눈에 뜁니다. 서로 아무 말이 없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냉냉 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혼자 밥 먹으로 온 사람입니다. 옆 사람하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오직 종업원과 말만 주고받습니다. 샤브샤브용 냄비에서부터 소스그릇 야채그릇 고기그릇 모두가 일인분짜리입니다. 나도 아내와 옆자리에 앉았지만 각자 자기 음식과 자기만의 그릇이 있습니다.
나는 보수적 이여서 그런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기가 쑥스럽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밥값을 내면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는 것도 그렇고 음식 반찬을 혼자 독차지 하고 먹다가 남으면 주인한테 더 미안합니다. 무엇보다 남들의 눈총이 무섭습니다. ‘저 사람 좀 봐! 오죽 못났으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쓸쓸히 궁상맞게 혼자 밥 먹고 있는 것 좀 봐!’ 하는 사람들의 숙덕거림이 들리는 듯합니다. 기차역 앞이나 버스터미널처럼 혼자 밥 먹는 것을 이해할 장소가 아니면 나는 어지간해서는 혼자서는 식당에 안 갑니다. 차라리 빵으로 때우고 맙니다.
친구들하고 저녁 식사 겸 술을 파는 음식점에 갔습니다. 앞쪽 옆쪽 테이블에 들고나는 손님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같은 테이블에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반찬종류를 경계선을 잘 살펴 임자를 찾아 잘도 구분해서 먹습니다. 팔도 부딪치지만 서로 간단한 묵례도 없이 먹기에만 열중합니다.
앞사람이 일어나 나가고 다음사람이 들어오고 들락날락 하지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나는 그렇게는 앞사람 옆 사람이 신경 쓰여 먹지를 못합니다. 이런 나 같은 소심한 사람들을 위해 일인 전용식당도 있다고 합니다. 독서실의 칸막이처럼 되어있는 곳에 한 사람씩 들어가서 밥을 먹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소리는 들리지만 라면을 먹는지 국수를 먹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혼자서 전자레인지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나온다는 데는 할 말을 잊습니다.
특히 편의점에 가보면 이제는 거의 일인가구를 위한 재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조각난 수박이나 반에반쪽 양배추는 이제 흔해졌고 삼겹살 일인분도 포장해서 팔기도 합니다. 일인가구를 겨냥한 냉장고, 세탁기, 밥통들이 나옵니다. 대기업 편의점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계속적인 식재료 시장을 소형화 추세로 이끌어 갑니다. 소포장을 하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용품으로 쓰레기가 넘처나 지구가 몸살을 앓습니다.
해외 토픽에서 보니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로 창가에 혼자 쓸쓸히 밥 먹는 사람 밥값을 대신 지불해 주는 일이라고 합니다. 거지에게 적선하듯 외로운 사람에게 정을 베풀라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일인가구가 급작스럽게 늘어가고 직장 상사 눈치 안보고 혼자 밥먹겠다는 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이니 이런 적선을 베풀다가는 따귀 맞을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직장분위기가 냉냉함을 표현할 때 밥먹으로도 같이 가지 않는다고 하면 볼짱 다본 겁니다, 누군가는 인사이동을 시켜야 합니다.
집을 계속 지어도 도시에서는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이 일인가구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한방에서 형제들이 우굴 거리며 부대끼며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은 혼자 밥 먹는 사람이 편해 보이지 않고 측은해 보입니다. 우리뇌는 먹을 것이 들어오면 좋아합니다. 상담도 뭘 먹으면서 하면 잘 풀립니다. 직장 동료나 동네친구도 눈만 뜨면 계속 만날 것 같지만 3년이상 만나기 어렵습니다. 같은 회사를 정년퇴직때 까지 다녀도 3년을 같은 부서에서 같이 근무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나는 말합니다. '우리 밥이나 한번 같이 먹어요. 가능하면 오늘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가도 호기심은 버리지마세요 (0) | 2015.11.18 |
---|---|
도토리 버릴꺼면 줍지 마세요 (0) | 2015.11.18 |
평생학습타임즈 기자가되다. (0) | 2015.11.18 |
세상사는 이야기 (0) | 2015.11.12 |
창직(創職) 토론회에 참가하고 (0) | 201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