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보다 두 살이 많지만 10대도 아니고 나이 60이 지난 우리들끼리는 두 살 차이는 친구사이다. 얼굴을 봐도 누가 나이가 더 많은 지 가름하기도 어려운 비슷한 동년배다. 그런 그가 죽었다는 부음이 문자로 날라들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서로 전화하며 안부를 물었는데 갑자기 죽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40대 초반에야 결혼을 했다. 만혼이었다. 이제 아이들 둘이 대학을 졸업하고 갓 취업을 한 상태다 결혼도 시켜야하고 당분간은 자식의 뒷바라지를 해줘야 할 형편이다. 조기퇴직을 빗대어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있지만 그는 60세 까지 성실히 직장을 다녔다. 하지만 자식이 아직 학업을 끝내지 못한 상태여서 제2의 직장을 구해야 했다.
기술자격증도 갖고 있고 경력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지만 나이라는 족쇄가 늘 걸림돌이 되어 제2의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방 산골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에 혼자 근무하는 악조건의 근무지에 취직이 되었다. 산골에서 혼자만의 외로움을 견디어야 했고 자취생처럼 혼자 밥을 해서 혼자 먹어야 했다. 보수도 먼저 직장보다는 못 했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무엇보다 취업이 되어 가족들을 보살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는 것이다. 죽은 날 아침에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이상하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을 했다. 걱정이 된 아내는 그렇게 참고 있지 말고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고 병원에 가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아내는 병원에서 어떤 병명을 들었는지 궁금하여 30여분 지나서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의심이 걱정이 되어 지역 119에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방문해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119에서 출동하여 현장을 가보니 그는 마당 구석에 세워 둔 자동차 옆에서 쓰러져 있는데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고 한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 고독사를 당한 것이다. 손에는 자동차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병원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자동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심장마비로 죽은 것으로 추측한다.
옆에 사람이 있어서 응급조치만 했어도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을 조문객들 모두가 말을 한다. 나이 들어 혼자서 생활하는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이런 위험에 자주 처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게 죽은 사람이 제법 있다. 직장 사택에 혼자 사는데 아침에 출근하지 않아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사택에 찾아가보니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는 전화로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기 줄을 잡아당겨서 전화기 줄이 끊어졌지만 통화에는 성공하지 못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아내나 자식들 하고 같이 살지 못하는 독거노인이 많다. 부모와 자식 간에 따로 사는 것이 점점 현실화 되어가는 오늘이다. 누군가가 옆에만 있었어도 죽지 않을 사람이 죽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아는 먼 친척 분은 이혼 후 시골서 혼자 살았는데 밤에 중풍을 맞고 움직이지 못해 3일이 지난 뒤에야 자식들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에 늦게 가서 결국 반신불수의 몸이 되어버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위험에 닥쳤을 때 비상 연락망 체제를 가족들이나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시대다. 아프지 않으면 아픈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건강할 때는 나는 영원히 아프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럴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으리라 지금은 믿고 있지만 어쩔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구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점점 고독사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를 휘감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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