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넝쿨식물 능소화

조왕래 2015. 8. 29. 06:47

    

 

세상 살아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젊었을 때 몰랐던 것을 나이가 들어가니까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분은 나이 드는 것을 인생이 익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술이 술을 담그는 주모의 정성 때문에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 때문에 익어갑니다. 나이는 살아온 세월의 합산입니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산책로 주위에 여러 가지 넝쿨 식물이 있습니다.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쳤는데 나팔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오늘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아침마다 그 길을 산책하면서도 보지 못하던 꽃인데 오늘 처음 본 꽃처럼 내 시선을 단숨에 낚아채갔습니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아주 짧은 시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16자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시입니다. 오늘 이 꽃을 보면서 그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본 꽃은 넝쿨식물 능소화입니다. 나팔꽃 보다 크고 더 아름답습니다. 이 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소화라는 예쁜 궁녀가 임금의 사랑을 얻었으나 이를 시기한 많은 궁녀들의 모함으로 궁궐 밖으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찾아주지 않는 임금을 기다리며 발 돋음 해서 궁궐 안을 들여다보고 임금님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상사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는데 소화의 무덤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서 이를 능소화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꽃은 넝쿨식물로 위로 위로 기어오르는데 아마 임금을 보고 싶은 소화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모양입니다.

    

    

이 꽃은 6월부터 8월까지 한여름에 핍니다. 다른 꽃들은 무더위에 맥을 못 추는 데도 능소화 만은 꿋꿋하게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합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꽃은 땅바닥에 떨어져도 쉽게 시들지 않습니다. 바짝 말라버린 콘크리트 담벼락을 그 작디작은 손으로 찰고무처럼 달라붙어 담을 오르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 까지 합니다.

 

    

 

능소화는 고고하여 남들이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꽃 속에는 독을 품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꽃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실명한다는 이야기와 피부에 꽃가루가  닿으면 독소로 고통스럽다는 말이 있어서 집에서 이 꽃을 피워도 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림청에서 독성 검사를 했는데 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고 따라서 식용으로도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넝쿨식물의 순은 너울너울 바람에 춤을 추다 어느 곳이든 손에 잡히면 휘감고 타고 올라갑니다. 식물들도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는 놈, 해바라기처럼 해를 사모하며 사는 놈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하여 틀린 것이 아닙니다. 길옆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신비롭습니다. 나이 들어 갈수록 못보고 안 보이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세상 살맛나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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