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둑을 통해 배우는것

조왕래 2013. 10. 17. 16:27

 

 

내가 바둑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형님의 심심풀이 상대로 바둑을 배우면서부터다. 당시 형님 바둑 실력도 형편없어서 7급 정도의 수준인데 꼼수에 밝아 덫을 놓고 내가 걸려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꼼수를 좋아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고수는 단번에 간파하기 때문이다. 형님의 바둑실력은 나한테 6점을 놓아야 할 정도로 이제는 나의 하수가 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여서 언제든 컴퓨터를 켜고 바둑 방에 들어가면 상대가 있다. 바둑은 집짓기해서 집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어디다 두면 제일 큰집을 지을 수 있을까 착수마다 생각을 한다. 운 좋게 상대의 대마(大馬)를 잡으면 잡은 말을 상대의 집에 채워 넣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이지만 고수가 되면 수십 수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잡기는 어렵다. 상대가 미끼로 슬쩍 던져 주는 놈을 웬 떡이냐 하고 덥석 물었다간 낭패를 당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용된다.


어제의 일이다 내가 30집이나 앞서있어서 상대가 손들고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상대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내 대마를 공격한다. 도저히 죽을 말이 아니어서 웃으며 궁도를 넓혔다. 상대의 다음 착점이 가운데 치중을 한다. 손 따라 받아 주다보니 어~내 대마가 그만 죽어버렸다. 전세는 역전되어 내가 지고 말았다.


바둑돌을 다시 놓아 보는 것을 복기(復棋)라고 한다. 왜? 대마가 죽었는가를 다시 살펴본다. 이기고 있으면서도 한집 더 지으려고 궁도를 넓힌 수가 패착이었다. 그다음 살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있었는데도 내 대마는 죽지 않는다고 별생각 없이 연달아 손 따라 받아준 것이 치명타였다. 3번의 착수가 지날 때까지 의심을 하지 않고 따라 두다니 평소의 나로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바둑을 두어서 이것은 이렇게 된다. 저것은 저렇게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수를 한다. 매 순간 최선의 수를 찾아야 함에도 그럴 것이다. 하고 쉽게 판단한 것이 패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의 완고함만 쌓여 스스로 그럴 것이다 판단해 버린다.


나이 든 사람의 결점이 고집이다. 자기의 주관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바둑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하나 스스로 터득했다. 바둑을 복기하여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듯이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혹 남에게 피해는 없었는지 복기가 아니라 복행동(復行動)을 마음속으로 그려봐야겠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도 정작 본인은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었을 수 있다.


바둑을 둘 때도 나는 지금 최선의 수를 찾았다고 만면에 웃음 가득해도 상대의 일격을 당하고 보면 악수 중의 악수를 둔 경우가 있다. 내가 악수를 두어도 상대가 응징하는 수를 발견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홈런 감이 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이다. 바둑 한판에도 최초 설계인 구상의 포석을 하고 내 힘이 부족할 땐 참고 기다리며 동쪽을 칠 때는 서쪽을 건드려서 눈을 분산시키고 때로는 내 수족을 잘라 피해를 줄이고 상대에 따라 변신을 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사 하루하루도 바둑판과 같다. 적은 이익에 눈을 팔면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꼼수는 상대가 실수하면 큰 이익을 얻지만 정확한 응징의 위험이 항시 있다. 상대의 실수에 내가 기뻐하기보다 정도로 바른 수가 옳은 수이다. 바둑을 복기하여 내 잘못이 어디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것과 같이 오늘 나는 올바르게 살았는지 경계 또 경계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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