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에 추임새 하는 행동
서울 광진구에는 아차산이 있습니다. 서울둘레길 2코스인 용마 아차산 코스를 품고 있으며 아차산둘래길도 개발되어 찾는 사람이 아주 많은 곳입니다. 이곳에 토요일이면 토요음악한마당이 오후에 열립니다. 아주 더운 7~8월이나 아주 추운 12월 1월이 아니라면 이곳에 가면 아마추어의 노래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말이 아마추어지 프로 빰치는 노래 실력입니다. 노래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 섹소폰, 키타 등 악기는 물론이고 앰프시설은 물론 전용 음악반주기도 갖추고 노래를 합니다. 여기서 연주는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구청에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노래하고자하는 아마추어 팀이 여러 팀이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등산길에서 잠시 멈춰서 노랫소리를 들으며 악기를 다루는 분들이나 노래하는 분들을 부러워 할 때가 참 많습니다. 저 정도의 실력을 쌓으려면 몇 년을 연습하는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자신이 갖고 있는 재주를 이용하여 남들을 즐겁게 또는 감동받게 한다는 것은 얼마니 보람되고 멋진 일입니까?
그런데 이런 음악을 좋아서 들으면서 무표정한 객석의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듭니다. 토요일 오후에 산을 찾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한 5~60대분들이 많습니다. 시니어들은 점잖은 모습으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행동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입을 닫고 있습니다.
우리세대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속담으로 가르치면서 남들 앞에 먼저 나서는 것을 못하도록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렇다보니 귀로는 음악을 듣는데 몸은 돌부처처럼 움직이지 않고 얼굴표정은 굳어있습니다. 가수가 노래하면서 박수를 유도하는 손동작을 하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 너는 노래 불러라 내가 얼마나 잘 하는지 봐줄게.’ 하는 폼으로 심사위원처럼 앉아있습니다.
판소리를 들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소리꾼이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자신을 도와달라며 추임새를 부탁했습니다. ‘얼~쑤우’. ‘자알~ 한다’, 이쁘다‘,’최고다‘이런 말을 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잘 모르는 음악을 들을 때는 솔직히 어디서 박수를 처야 할지를 몰라 눈치를 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연주 중에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못 치도록 합니다. 이런 행동이 연주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KBS방송국 ’가요무대‘ 녹화방송에 방청객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시청자보다 방청객이 즐거워야 한다며 중간 중간에 박수를 치고 환호하라고 일러 줍니다.
음악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오케스트라처럼 기악으로 연주할 때는 중간에 박수를 치면 안 되지만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노래중간에는 흥이나면 박수를 처도 된다고 합니다. 박수소리 때문에 가수가 가사를 잊어버렸다면 이건 오롯이 가수책임이지 박수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나는 우리 가요를 들으면 얼마나 신명납니까? 가수와 함께 호흡하며 박수를 처 준다면 가수도 덩달아 신이 나서 노래도 더 잘 부를 것입니다.
박수도 양손이 맞닿아야 소리가 납니다. 분명 남들보다 노래나 악기연주를 잘해서 남들 앞에 섰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분들이니 속으로는 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용기를 주기위해서도 박수는 필요합니다. 노래무대가 흥겹고 즐거우려면 절반은 객석에서 가수나 연주자를 향해 박수를 쳐주고 환호해주며 호응해주어야 합니다. 팔짱을 끼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방관자적 행동보다는 함께 호응해주는 놀이문화에 우리는 좀 더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