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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을 선물 받고

조왕래 2018. 1. 23. 11:33

 

시골의 누님이 팥 20kg을 보내왔다. 내가 팥이 필요하다는 말을 어느 자리에서 흘러가듯 한말을 누님이 귀담아 둔 모양이다. 이를 잊지 않고 새겨 두었다가 동생이 원한다고 직접 팥 농사를 지어서 택배로 부쳐왔다. 팥은 예전 어린 시절에 농촌에서는 흔한 농작물이었다. 팥죽도 써먹고 떡을 하면 팥고물이 필요했다. 요즘은 농촌에서도 재배를  잘 안 해서 그런지 kg당 만원이나 한다. 한가마니 가격으로 치면 80만원이다 쌀값의 무려 4배다. 팥이 언제부터 이렇게 비싸졌는지 입이 딱 벌어진다

    

팥이 들어간 음식은 무엇이든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나는 가끔씩 빈혈이 나타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원인은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이다. 남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철분 흡수율이 떨어지는 체질이다. 철분을 자연스럽게 보충하는 길은 동물성인 소의 간이나 지라를 먹거나 식물성인 팥을 먹는 방법이 있다. 간접적으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으면 철분 보충이 된다. 요즘은 알약으로 된 철분제 약이 나오지만 가격이 비싸고 제대로 흡수되는지 의문도 들고 약으로 철분을 섭취하기는 무슨 환자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싫다.

    

소간의 요리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지라의 요리법은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날것으로 양념장에 찍어 먹는 방법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먹어왔다. 소의 지라는 거의 핏덩어리여서 비위가 약한 사람은 먹지 못한다. 남들 보기에도 혐오식품으로 보여 공개적으로 먹기도 어렵다. 무쇠 솥도 자취를 감추었고 따라서 빈혈 예방음식으로 팥을 자주 먹는 방법이 좋다. 팥을 넣은 팥밥이나 팥죽도 좋고 팥고물 찰떡도 좋다. 팥 앙꼬가 들어있는 팥빵이나 팥이 들어있는 얼음 얼음과자인 하드는 겨울철에도 먹고 여름에는 집에서 아예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다. 다만 사먹는 음식은 너무 달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예전에 농촌에서는 팥 농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팥 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 팥과 사촌쯤 되는 것이 콩인데 콩과 팥은 특성이 다르다. 콩잎은 잔털이 많아 까칠하지만 팥잎은 참기름을 바른 듯 반들거린다. 겉으로 봐서는 팥잎으로 요리를 하면 콩잎보다 훨씬 보기도 좋고 맛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콩잎은 먹어도 팥잎은 못 먹는다. 그 이유를 어른들께 물어봤더니 경험으로 흉년에 팥잎을 먹었더니 몸이 부었지만 콩잎은 그런 부작용이 없었다고 한다. 소도 콩잎은 먹어도 팥잎은 먹지 않는다

    

팥 농사가 그렇게 어려운 농사도 아니고 값 또한 이렇게 비싼데 농촌에서 팥 농사를 기피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아마 값이 싼 중국산 팥이 대형소비처에서 대량 소비되고 국산 팥은 밥에 넣어먹는 소수의 사람들만 찾기 때문에 판로가 없고 그래서 재배가 줄어든 것으로 생각한다.

    

동생을 생각해서 직접 농사까지 지어서 보내주신 누님이 고맙다. 물에 불려서 밥 위에 고명처럼 얹어서 밥을 한다. 팥밥을 먹지만 누님의 사랑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