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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계획

조왕래 2018. 1. 9. 14:30

 

산행을 함께한 직장동료 K로부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K의 가족(아들과 며느리를 포함하는)을 묶은 카톡 방의 사진 몇 장을 보여준다. 며느리가 찍어 보낸 사진속의 정경이다. 두루마리 화장지 모양을 종이를 방에 펼쳤는데 그 길이가 상당하다. 아들네 가족의 백년계획표라고 한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연필과 볼펜으로 구분되어 달성해야 할 일들이 적혀 있다. 볼펜으로 적은 것은 확실한 미래거나 이미 과거의 일을 적은 것이고 연필로 적은 것은 하려고하는 계획을 적었다.

    

K의 아들은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다. 100년 계획의 30%가 확실하게 지났을 뿐이다. 비록 연필이지만 한해의 한 가지라도 목표를 세운다고 해도 무려 70여개의 칸을 채워야 한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과 초등학교 졸업 같은 계획은 에스컬레이터에 탄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달성된다. 하지만 그냥 이루어지는 계획이 아니라 노력해서이루어지는 결과물을 계획표에 넣는다는 것은 고민도 많을 법하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도 만들기 어려운데 앞으로 일어날 70년의 인생항로의 나침판 같은 인생계획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계획표를 만드는 목적은 확실한 방향을 정하고 노력하기 위함이다. 미래로 나가는 데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목표를 세워야 나태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명상가인 이승헌 선생은 스스로 나는 120세 까지 살기로 했다.’라고 공언하며 그 이유를 책에 썼다. 첫째가 나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80세 인생이라고 보면 저자나이 67세는 마무리 단계지만 120세 인생에서는 남은 시간이 50년이 넘는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었을 하고 살 것인가? 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꿈을 실현하기위해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로 공언한 120세를 살기위해 몸과 마음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100세 계획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담았다. 70세 칠순잔치를 일가친척을 불러서 하겠다. 아내와 해외여행도 좋지만 부부만이 외국 가서 좋은 구경하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보다  연로한 친척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80세에도 팔순 잔치를 같은 의미로 하겠다. 90100세에는 나의 주장이 아니라 자식의 주장을 받아드리고 싶다. 나의 체력과 자식의 희망을 믹스하여 2~3년 전에 계획표에 집어넣고 지금은 별도의 계획 없이 공란으로 두겠다.

    

75세 까지는 다니는 현역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다. 프리랜서 같은 일이니 진급에 신경 쓸 일도 없고 돈 버는 데 코 박고 싶지는 않다. 작은 계획으로 하모니카 학원에 등록을 했다. 2년간 음악공부와 병행하여 하모니카 연습을 하여 악보를 보고 하모니카를 불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겠다. 이제는 스마트 폰 시대가 대세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기능을 마스터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에 수강신청을 했다. 일인 방송이 가능하도록 실력을 갖추겠다.

    

한 달에 5권의 책을 읽겠다. 이중에 한권씩은 영어와 일본어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을 포함하겠다. 삼일에 한편씩의 글을 써서 매 5년마다 한권의 수필집을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손자 손녀들을 돌봐주는 일도 이 부근에서 끝이 나고 자식들도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할 것이다.

75세가 넘으면 현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서울 인근의 농촌으로 귀촌하여 딱 10년만 살겠다. 이미 땅도 사두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유유자적 하겠다. 이 기간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실내스포츠인 당구를 배우려한다. 목표는 300점의 실력이다.

    

85세가 되면 다시 서울로 돌아와 지금까지 해오던 치매 환자에 대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 재력에 여유가 있으면 물질적으로도 남을 돕겠다. 성경책과 불경을 하루 한 장씩 써 보겠다. 셀프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여 95세까지 아주 드물게 병원에 가도록 노력 하겠다.

    

95세에서 마지막 100세까지는 남의 조력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 기간이 짧고 짧기를 희망한다.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위해 링겔병 주렁주렁 매달지는 않겠다. 하늘이 언제라도 부르면 떠날 준비는 이미 마쳤다.

    

100세를 계획하니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아 노년을 긴 안목으로 설계할 여유가 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생 다 살았다고 축 처져 있는 무기력한 삶보다 희망을 품고 노력하며 능동적으로 사는 삶이 훨씬 건강하고 행복하다. 아직은 바람이 술술 빠지는 엉성한 계획이다. 많은 부분은 고쳐지고 덧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빼곡하게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